탄소배출권(Allowance)과 탄소크레딧(Credit)은 엄연히 다릅니다. 규제 시장(ETS)과 자발적 시장(VCM)의 구조적 차이, 가격 형성 원리, 그리고 기업과 투자자가 알아야 할 리스크와 전망을 심층 분석합니다. 넷제로 시대, 돈이 되는 탄소 시장의 진실을 확인하세요.
많은 분이 혼용해서 사용하는 '할당 배출권(Allowance)'과 '상쇄 배출권(Credit)'의 결정적 차이를 명확히 구분하고, 규제 시장(CCM)과 자발적 시장(VCM)의 구조, 투자 관점에서의 차이, 그리고 그린워싱 리스크까지 탄소 시장의 모든 것을 집대성했습니다.

― "같은 탄소라도 가격과 성격이 다르다" 넷제로 시대를 읽는 핵심 키워드
"테슬라가 자동차보다 탄소배출권을 팔아서 번 돈이 더 많다"는 뉴스, 들어보셨을 겁니다. 또 한편에서는 "어떤 기업이 숲을 조성해 탄소크레딧을 확보했다"는 기사도 나옵니다.
여기서 잠깐, 테슬라가 판 것과 숲을 조성해 얻은 것은 같은 '탄소 권리'일까요? 정답은 "아니요"입니다.
많은 언론과 투자자가 이 두 용어를 혼용해서 쓰지만, 엄밀히 말하면 탄소배출권(Carbon Allowance)과 탄소크레딧(Carbon Credit)은 발행 주체, 거래 시장, 가격 형성 원리, 그리고 사용 목적까지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이 차이를 모르면 ESG 경영 전략을 짤 때 치명적인 실수를 할 수 있고, 관련 ETF나 파생상품 투자 시 엉뚱한 곳에 돈을 넣게 될 수도 있습니다.
2050 탄소중립(Net Zero)이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표준이 된 지금, 이 두 가지 개념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필수 지식입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혼란스러운 탄소 시장의 구조를 명쾌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규제 시장(CCM)과 자발적 시장(VCM)의 차이부터, 기업과 개인이 어떻게 이 시장에 접근해야 하는지 A to Z로 분석합니다.
1️⃣ 핵심 요약: 배출권(Allowance) vs 크레딧(Credit) 한눈에 보기
본격적인 설명에 앞서, 두 개념의 결정적 차이를 표로 정리했습니다. 바쁘신 분들은 이 표만 먼저 보셔도 전체 맥락을 잡을 수 있습니다.
| 구분 | 탄소배출권 (Carbon Allowance) | 탄소크레딧 (Carbon Credit) |
|---|---|---|
| 다른 이름 | 할당량, 허가증, 규제 배출권 | 상쇄 배출권, 탄소 상쇄권 |
| 핵심 개념 | "배출할 수 있는 권리(허가)" | "감축했다는 인증(증명)" |
| 발행 주체 | 정부 또는 국제기구 (UN, EU 등) | 민간 인증기관 (Verra, Gold Standard 등) |
| 시장 종류 | 규제 탄소 시장 (CCM / ETS) | 자발적 탄소 시장 (VCM) |
| 작동 원리 | Cap-and-Trade (총량 제한 배출권 거래제) | Offsetting (배출량 상쇄) |
| 주요 수요자 | 법적 규제를 받는 기업 (발전소, 철강 등) | ESG 경영, RE100 달성하려는 기업/개인 |
| 강제성 | 의무 (Mandatory) | 자발적 (Voluntary) |
| 가격 변동 | 정책 및 경제 상황에 민감 (비쌈) | 프로젝트 품질 및 신뢰도에 따라 천차만별 |
💡 쉬운 비유:
- 탄소배출권: 정부가 나눠준 '쓰레기 종량제 봉투'입니다. 봉투가 남으면 팔 수 있고, 모자라면 사야 합니다. (안 사면 벌금)
- 탄소크레딧: 내가 동네 청소를 해서 받은 '봉사활동 인증서'입니다. 이 인증서를 사서 "나도 이만큼 환경에 기여했어"라고 자랑(상쇄)할 수 있습니다.

2️⃣ 규제 탄소 시장 (CCM): "오염시킬 권리를 사고팔다"
탄소배출권(Allowance)이 거래되는 시장을 규제 탄소 시장(Compliance Carbon Market, CCM) 또는 배출권 거래제(ETS, Emission Trading System)라고 부릅니다.
① Cap-and-Trade (총량 제한 배출권 거래제)
이 시장의 핵심 원리는 'Cap-and-Trade'입니다.
- Cap (총량 제한): 정부는 국가 전체의 탄소 배출 허용 총량을 정합니다. 그리고 기업별로 "너네는 올해 이만큼만 배출해"라고 할당량(Cap)을 정해줍니다.
- Trade (거래):
- A 기업: 탄소를 획기적으로 줄여서 할당받은 배출권이 남았습니다. ➔ 시장에 팝니다.
- B 기업: 공장을 풀가동하느라 할당량보다 더 많이 배출했습니다. ➔ 시장에서 배출권을 사옵니다.
② 특징 및 주요 사례
- 강제성: 정부가 지정한 할당 대상 업체(주로 철강, 시멘트, 발전, 석유화학 등)는 반드시 참여해야 합니다. 지키지 않으면 막대한 과징금을 뭅니다.
- 대표 시장:
- EU-ETS: 세계 최대 규모의 유럽 연합 탄소 시장. 글로벌 탄소 가격의 기준점이 됩니다.
- K-ETS: 대한민국 탄소 시장. 아시아 최초로 전국 단위 ETS를 도입했습니다.
- 투자 관점: 우리가 흔히 주식 시장에서 거래하는 '탄소배출권 ETF(SOL 유럽탄소배출권 등)'는 바로 이 규제 시장의 배출권 선물 지수를 추종합니다. 정책에 따라 가격이 움직이므로 상대적으로 투명하고 유동성이 큽니다.

3️⃣ 자발적 탄소 시장 (VCM): "탄소 감축 활동을 인증받다"
탄소크레딧(Credit)이 거래되는 시장을 자발적 탄소 시장(Voluntary Carbon Market, VCM)이라고 합니다. 이곳은 정부 규제와 상관없이, 기업이나 개인이 '탄소 중립(Net Zero)'을 선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곳입니다.
① Offsetting (상쇄 메커니즘)
이 시장의 핵심은 '상쇄(Offset)'입니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배출량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때 외부에서 탄소를 줄이는 프로젝트(나무 심기, 재생에너지 등)에 투자하여 생성된 '크레딧'을 구매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배출한 탄소 100톤을 이 크레딧 100톤으로 상쇄해서 '0'으로 만들었습니다"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② 크레딧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민간 프로젝트 개발자가 탄소 감축 사업을 벌이고, 이를 제3자 인증기관이 검증하여 크레딧을 발행합니다.
- 자연 기반 솔루션 (NBS): 조림 사업(나무 심기), 산림 보존(REDD+), 토양 탄소 격리 등.
- 기술 기반 솔루션: 직접 공기 포집(DAC), 탄소 포집 및 저장(CCS), 재생에너지 설비 보급 등.
③ 주요 인증 기관 (Standard)
정부가 없기 때문에 '신뢰도'가 생명입니다. 글로벌하게 인정받는 인증 기준이 있습니다.
- Verra (VCS): 세계 최대의 탄소 인증 기관.
- Gold Standard: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고품질 크레딧으로 인정받습니다.

4️⃣ 왜 두 시장을 구분해야 하는가? (가격과 리스크)
"어차피 탄소 줄이는 건 똑같은데 왜 나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투자와 경영 관점에서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① 가격의 차이 (Price Gap)
- 배출권(Allowance): 비쌉니다. EU-ETS의 경우 톤당 60
100유로(약 813만 원)를 오갑니다. 공급이 한정되어 있고(Cap), 사야만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 크레딧(Credit):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프로젝트 종류에 따라 톤당 몇천 원에서 몇만 원 수준입니다. 공급이 무제한(프로젝트를 계속 만들면 됨)에 가깝고, 품질 차이가 크기 때문입니다.
② 그린워싱 리스크 (Greenwashing)
- 자발적 시장(크레딧)의 약점: 최근 '가짜 탄소 크레딧' 논란이 뜨겁습니다. 예를 들어, "원래 베어질 숲을 우리가 보호했다"며 크레딧을 발행했는데, 알고 보니 벌목 계획이 없던 숲이었다면? 이는 허공에 돈을 쓴 셈입니다.
- 기업의 리스크: 저품질 크레딧을 사서 "우리는 탄소 중립 기업"이라고 홍보했다가, 나중에 그 크레딧이 가짜로 판명 나면 기업 이미지는 추락합니다. (실제로 델타항공, 구찌 등이 겪은 문제입니다.)
③ 시장의 연계 가능성 (파리협정 6조)
현재는 두 시장이 분리되어 있지만, 점차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 파리협정 제6조: 국가 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거래할 수 있는 국제 규범입니다. 이것이 구체화되면, 고품질의 탄소크레딧은 국가 감축 목표(NDC) 달성에 사용될 수 있어 규제 시장급의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5️⃣ 기업과 투자자를 위한 실전 가이드
이 복잡한 시장에서 우리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요?
🏢 기업 경영자라면
- 규제 대상 여부 확인: 할당 대상 업체라면 K-ETS(배출권) 관리가 최우선입니다. 남는 배출권은 팔고, 부족하면 사야 합니다.
- ESG 브랜딩: 규제 대상이 아니더라도(예: IT 기업, 서비스업), 브랜드 가치를 위해 VCM(크레딧)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반드시 'Verra'나 'Gold Standard' 같은 1티어 인증을 받은 고품질 크레딧을 구매해야 그린워싱 논란을 피할 수 있습니다.
- 직접 투자: 단순히 크레딧을 사는 것을 넘어, 직접 감축 기술 기업에 투자하거나 숲을 조성하여 크레딧을 생산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 개인 투자자라면
- 안전한 투자: 탄소배출권 ETF (KRBN, SOL 유럽탄소배출권 등)는 규제 시장(Allowance)을 추종하므로 제도적 안정성이 있습니다. 경기 회복 시 탄소 배출이 늘어나면 가격이 오르는 구조입니다.
-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자발적 탄소 시장 관련 기업이나 플랫폼에 투자하는 것은 벤처 투자와 같습니다. 시장이 정화되고 표준화되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지만, 현재는 변동성이 매우 큽니다.
6️⃣ 탄소 시장의 미래 전망 (2025년 이후)
탄소 시장은 이제 시작입니다. 앞으로의 트렌드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크레딧의 '옥석 가리기'
자발적 시장에서는 저품질 크레딧(Old Vintage, 산림보호 과장 등)이 퇴출당하고, 기술 기반의 탄소 제거(CDR, Carbon Dioxide Removal) 크레딧이 프리미엄을 받게 될 것입니다. 단순히 "배출을 줄였다"가 아니라 "이미 배출된 탄소를 없앴다"는 것이 더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② 탄소 국경세 (CBAM)의 도입
유럽연합이 시행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는 사실상 탄소 배출권 가격을 무역 장벽으로 쓰는 것입니다. 수출 기업들은 국내 K-ETS 가격과 EU-ETS 가격 차이만큼 세금을 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전 세계 탄소 가격의 상향 평준화를 이끌 것입니다.
③ 두 시장의 융합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고품질 크레딧은 규제 시장에서도 배출권 대용으로 일부 인정받는 추세입니다(상쇄 배출권). 장기적으로는 두 시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것입니다.

🔚 7️⃣ 결론: 탄소는 이제 '비용'이자 '자산'이다
탄소배출권(Allowance)은 정부가 발급한 '허가증'이고, 탄소크레딧(Credit)은 민간이 만들어낸 '인증서'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히 용어 공부가 아닙니다.
- 기업에게는 규제 리스크를 관리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열쇠이며,
- 투자자에게는 기후 위기라는 메가 트렌드 속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나침반입니다.
넷제로(Net Zero)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탄소를 줄이는 자가 돈을 번다"는 명제는 앞으로 수십 년간 유효할 것입니다. 이제 탄소 시장의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여러분의 포트폴리오와 경영 전략을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 "지구를 지키는 일이 돈이 되는 시대, 그 중심에 탄소 시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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